*고예림 (박선영). 전업주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 다정다감하고 인자한 품성. 서울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온몸에 조신한 교양이 배어있다.
지선우처럼 손제혁과 결혼해서 타지인 고산 타운하우스에 정착했다.
남편끼리 동창이니 자연스레 지선우부부와 어울렸다. 음대 피아노 전공.
소일 삼아 동네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해준다. 남편의 종용에 못 이겨 딩크를 결정했지만 아쉬움이 있다.
그런 탓인지 남달리 준영을 예뻐한다.
회계사인 제혁과 선을 봐서 결혼했다. 남편의 바람기를 일찌감치 알고 있다.
예림도 처음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남편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차에 GPS를 달아 위치를 추적해
미행을 하고, 도청장치로 상대 여자의 신분을 알아냈다.
하지만 증거를 수집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편의 바람기는 원나잇
정도로 즐기다가 그만두길 반복하는 섹스 중독에 가까웠다.
끈임없이 새 여자를 찾는 남편을 보며 속앓이를 하던 예림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저건 병이구나. 고작 그런 이유로 이혼녀가 될 순 없었다. 그 약점 하나만 지우면 그럭저럭 봐 줄 만한 남편이었다.
윤택한 경제상황, 평온한 시댁과의 관계, 남들 앞에 내세울 만한 전문직. 엄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이혼으로 집안에 먹칠하는 자식은 유산을 몰수하겠다고 애총 못을 박았더랬다.
예림을 이혼 대신 거짓말로 세워진 궁전에 머물기로 했다. 남편이 앞집 지선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치마만 둘렀다하면 돌아보는 위인이니 놀랄 것도 아니었으나,
남편이 가볍게 즐기고 마는 여자들과는 다른 수준의 지선우인게 거슬리긴 했다.